2030년 대한민국이 최장수 나라가 된다.

고려대 의과대학 신경과 박건우

통계청 국가포털이라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간이 생명표’라는 것이 있다. 2015년에 53세였던 내 나이를 찾아보면 나에게 남아있는 기대여명이 26.5년이 나온다. 아... 80세 까지는 평균적으로 살 수 있구나. 살아온 날 보다 남아있는 날이 적어짐에 불안도 느껴지지만 앞으로의 25년 이상 남은 세월을 무엇으로 채울까하는 기대와 두려움이 생긴다. 대한민국 55세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 내가 다른 나라에 태어났으면 더 오래 살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 이 나라가 아닌 공기 좋고 잘사는 나라에 태어났으면 더 오래 살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텔레비전을 보면 간혹 장수국가의 장수 비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듣다 보면 그럴 듯한 이유가 다 있고, 우리나라에는 그런 환경이나 비법이 없어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2017년 4월 1일, 국내에서 정치적 문제로 한창 시끄러운 시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 잡지인 ‘란셋(Lancet)’지에 거짓말 같은 논문이 실렸다. 영국의 임페리얼 대학 역학 연구팀이 세계 35개 선진국의 인구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을 하였다. 2030년에 이르렀을 때의 출생한 사람과 및 65세 가 되는 사람의 기대여명과 70세 이하에서 사망할 확률을 발표하였다. 놀라운 것은 2030년에 출생하는 대한민국 국민 남녀 모두의 기대여명이 전세계 1위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장수 국가는 아시아의 일본, 동유럽의 불가리아, 헝가리, 북유럽국가 그리고 호주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라를 모두 뒤로하고 우리가 1등 장수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연구 자료에 문제가 있나 살펴보았다. 연구에 대상이 된 나라들은 모두 사망통계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였다. 우리나라의 자료도 모든 국민을 파악할 수 있는 주민등록제라는 제도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매우 신뢰도가 높은 자료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2030년에 태어난 한국 여성의 기대 여명은 86.7세를 넘어갈 확률이 90%였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대여명의 증가 속도다. 1985년 이후 매 10년간 기대여명이 3.7년 증가하였다. 즉 1985년 보다 현재가 11년을 더 산다는 이야기 이다. 뒤를 이어 프랑스, 스페인, 일본의 기대여명이 높았다. 남성의 경우도 호주, 스위스, 스웨덴이 최상위 군에 속해 있고 2030년이 되면 여성은 일본을 남성은 호주를 뒤로하고 남녀 모두 최장수국가의 서열에 오르게 된다. 아쉽지만 남성은 여성보다 3-4년 기대수명이 적다.

연구팀은 대한민국이 장수국가가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감염병에 의한 영아와 노인 사망률이 극적으로 감소하였고, 만성병에 의한 사망이 크게 지연되었다. 경제 상태가 좋아졌고 교육 등의 사회 인프라가 향상되어 영양상태가 좋아졌다. 특히 대한민국은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좋고 의료기술의 향상이 수명연장을 가속 시켰다. 대부분의 서구국가와 달리 비만이 적고 고혈압관리를 잘하였다. 그리고 의료 격차가 적었다.-

또한 연구팀은 예상 밖으로 기대수명이 증가하지 않는 대표적 국가로 미국을 들고 있다. 기대수명은 2030년 여성의 경우 35개국중 24위, 남성의 경우 25위이고 기대수명 증가폭은 남녀 모두 35개국 중 30위였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모자 사망률, 타살률, 그리고 비만율이 그 어떤 서구국가보다 높으며, 국민 개보험이 없으며, 의료비가 높기 때문에 만성병 관리가 안 되고 의료 격차가 크다-

논문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하였다.

먼저 의사로써 대답해야 할 것들이 있다.

대한민국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나라가 최장수 국가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산업화를 겪어온 세대, 공해와 산업폐기물의 위해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던 이 세대가 장수하는 이유는?

라면은 수명을 늘리는 식품인가?

왜 대기나 기후 환경이 좋은 선진국이 장수하지 못하는가?

다음으로 의사로써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강검진시스템이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을까?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지구상 국가 중 최상의 시스템인가?

우리는 과연 최장수 국가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는가?

남은 여명이 길어지는 것을 어떻게 축복으로 바꿀 수 있을까?

무병장수는 가능한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 같다.

이제 세계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최장수의 이슈를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할 것인가?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사명을 짊어져야 할 것 같다.

이런 고민에 한 어르신의 대답은

우리나라가 최장수 국가가 된다고?

오래 살고 볼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