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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임상미술치료: 언어가 그 의미를 잃었을 때(김선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5-09
조회 48625
치매와 임상미술치료: 언어가 그 의미를 잃었을 때
 
김선현 교수(CHA 의과학대학교 임상미술치료학)
 
노년기를 보내는 방식은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하면서 젊은이들보다 더 생산적이고 정력적인 삶을 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극심한 외로움과 만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도 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상황들이 크게 변한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길어진 노년기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풍요롭게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문제에 유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변화된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치매 증상의 노인들도 예전에는 사회나 가정에서 큰 역할을 맡고 활약해온 사람들이며, 엄연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들이 다시 삶의 즐거움을 실감하고 인생의 의미를 자기 내부에서 발견하게 해주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노인 미술치료는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계발하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이다. 삶의 의욕을 잃거나 무기력증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미술치료는 감성을 자극하며 예술적 잠재력을 개발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 삶의 질을 높이고, 정신적 상태를 변화시켜 자기 존중감과 자기 신뢰감을 회복하게 한다.
 
미술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대소근육의 움직임은 감각 기능과 신체 기능 장애를 비롯한 노인성 질병을 예방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데, 미술 작업이 주는 시각적, 운동적, 촉각적 자극은 뇌세포의 활동을 도와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으며, 특히 치매 환자의 경우 색과 형태에 대한 구별 능력을 유지하거나 개선함으로써 저하된 인지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억력 저하를 막고 회상을 통해 기억력을 자극시킬 수 있으며, 언어 능력을 개선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미술 활동을 통해 본인의 삶에서 긍정적이고 건강한 측면을 보게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어 노년기의 무기력감과 우울증을 극복하도록 돕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여 수용하여 독립성과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치매 증세가 나타난 후 여러 병원을 거쳐 가며 치료를 받고 있던 A는 3개월여에 걸쳐 미술치료를 받은 후 실제로 많은 변화를 보였다. 미술치료 전기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A는 오른쪽 뇌손상에 의해 공간지각력이 떨어져 사람의 형태를 전혀 그리지 못했다(그림1-1). 하지만 치료 중기로 접어들자 공간지각력이 강화되어 차츰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직은 좌우 다리의 길이도 크게 다르고, 사람의 형태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치료 받는 내내 스스로가 그린 그림을 보며 매우 흡족해 하면서 자신감을 얻어가기 시작하였다(그림1-2). 치료 후기에 접어들어 드디어 사람의 전신상이 도화지 가득 그려지면서 A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가득하게 되었다 (그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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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케이스로, 치매 진단을 받은 B는 과일 씨앗을 도화지 중앙에 그린 후 그것을 감싸고 있는 과일을 그려달라는 제안에, 씨앗이 위치한 곳과는 상관없이 다른 곳에 원을 그리고 있었다(그림2-1). 역시 공간지각력의 저하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미술치료 과정을 거친 후에는 똑같이 씨앗그림을 제시한 상황에서 정확하게 사과의 형태를 그리고 풍부한 색감까지 느낄 수 있는 그림을 완성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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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미술치료를 받는 내내 자신의 내면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우울한 감정이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도 말하였다. 가족들 또한 B가 활력을 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집안에 행복이 찾아왔다며 기뻐하였다. 물론 의학적인 검사 결과도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치매 환자에게는 특히 자연물을 이용하여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치료 기법들이 효과적인데 꽃이나 점토 등을 이용한 기법이라든지, 음식 재료를 이용한 작업, 헝겊 주머니에 각각 다른 재료를 넣어 촉각과 청각 등을 자극하는 치료 기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재료를 매개로 하여 숨어있던 감정을 표출시키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집단미술치료의 경우,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서 고독감을 줄이고 상호관계를 증진시켜 소속감을 갖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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