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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벌고 싶으세요? 전 잘 쓰고 싶어요.(김성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9-23
조회 60401

돈 잘 벌고 싶으세요? 전 잘 쓰고 싶어요.


대한노인정신의학회 김성윤 이사장


매일 하는 것을 제일 잘하기 마련입니다.  

    거의 20년 가까이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저에게 진료 다니시던 환자분께 어느 날 여쭈어 봤습니다. 그 지긋지긋한 우울증과 불면증이 어느 날 깨끗이 사라져 버린다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으시냐고. 당황한 표정으로 빤히 저를 쳐다보시던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게요… 그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가장 많이 하는 생각, 가장 많이 하는 행동으로 한 사람의 인생은 정해집니다. 노는 것도 놀던 사람이 잘 놀고, 먹는 것도 먹던 사람이 잘 먹습니다. 평생 돈 벌 생각만 하며 살아온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젠 좀 쓰고 살자는 마음이 들까요? 또 그런다고 멋지게 잘 쓸까요? 돈쓰기도 훈련입니다. 다들 잘 벌 생각만 하지 어떻게 써야 멋지게 쓰는 건가 많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분은 매일 우울증, 불면증, 기억 감퇴 걱정만 하며 살았지 밝은 모습 생각해보지 않은 채 수십 년이 됐습니다. 이젠 이런 것들이 사라져도 멋진 하루를 보내기 어려워진 겁니다. 질병 생각하지 말고 건강한 모습 그리며 살아야 합니다. 


 

건강은 목적지가 아닙니다.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무얼 할지가 목적지입니다. 

    갈 곳이 있어야 버스로 갈지 기차로 갈지 정할 수 있습니다. 건강도 목적지가 있어야 건강할 이유가 생깁니다. 건강 자체는 목적지가 아닙니다. 난 여행을 좋아하니까 전국 여행을 한 번 해 보고 싶다던가, 시골에서 멋진 과수원을 한번 운영해 보고 싶다든가, 딸과 함께 옷가게를 해 보고 싶다든가, 2년 뒤에는 소박한 수필집을 한번 내 보고 싶다든가 하는 게 “목적지” 입니다. 그 목적지에 잘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도구로 돈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고, 건강한 몸과 오롯한 정신이 필요한 겁니다. 

 

     목표에는 긍정 목표와 부정 목표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 이루고 싶다는 것, 남기고 싶다는 것이 긍정 목표 입니다. “이것만은 피하고 싶다”, “이렇게는 안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부정 목표 입니다. “암은 걸려선 안된다”, “치매는 무서워”, “뇌경색만은 피하고 싶어…” 등등이 그런 예입니다. 이상하게 부정 목표는 꼭 그대로 되는 수가 많습니다. 아예 그런 두려움, 불길한 예상, 꺼리는 마음 자체를 갖지 않아야 합니다. 치매 예방이 여러분의 목적지가 되어선 안됩니다. 긍정 목표가 어르신 삶의 목적지가 되어야 합니다. 


 

몸을 움직이자. 두뇌의 존재 이유.

     식물은 신경이 없습니다. 동물에는 신경이 있습니다. 신경이 모인 것이 뇌 입니다. 커다란 뇌를 가지고 있는 동물도 있고, 이게 뇌인가 싶을 정도로 작고 변변치 않은 동물도 있지만 아무튼 모든 동물은 뇌가 있습니다. 동물이란 “움직이는 생물”이며, 움직이기 위해선 신경의 모임, 뇌가 필요했던 겁니다. 그런데 먹이는 항상 부족했고 모든 동식물은 항상 배를 주렸습니다. 음식이 풍족한 경우는 지구 수십억 년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머리를 잘 써서 가능한 한 에너지 사용을 요령있게 하라고 두뇌가 생겨난 겁니다.

 

     바로 여기에 치매 예방과 정신건강의 힌트가 있습니다. 배부르고 몸이 편하면 뇌가 쉽니다. 먹이 구하려 고생할 필요가 없어서 입니다. 쉬는 뇌는 필요없으니 쪼그라듭니다. 근육과 똑같습니다. 반대로 몸을 움직이면 뇌가 활동합니다. 배고픈 상태로 몸을 움직이면 뇌는 더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크기도 커집니다. 동물 실험으로도 밝혀져 있습니다. 먹이를 적게 먹인 쥐가 더 똑똑하고, 더 오래 삽니다.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 장수의 비결, 치매 예방과 정신 건강 행복의 비결은 어이없게도 “배고프고 몸 고단한 것”에 있습니다.


    매일 배고프고 고단하신, 그러나 가치있고 의미있는 내 삶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어르신들의 힘찬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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